제3의 산업, 오타쿠 문화

2008/01/08 19:40 사회
럭키스타.

'럭키스타'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오타쿠 여고생과 그녀의 친구들의 다룬 아니메[각주:1]인데요, 주인공의 행동에 많은 오타쿠들이 공감을 했는지 지난 한해 일본의 네티즌들이 선정한 최고의 애니메이션 2위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이 아니메의 제작사나 판권사와 같은 회사들이 많은 수혜를 입었는데요, 그 수혜는 비단 제작사와 같은 1차적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성지순례, 죽어가는 마을을 살리다

럭키스타에는 쌍둥이 여고생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아니메의 설정상 신사의 무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니메 중에 그녀들이 무녀로 등장하는 장면도 있는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신사. 실제 와시노미야 신사를 배경으로 했다.


문제(?)는 그녀들이 등장하는 신사가 실제로 존재하는 신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와시노미야 신사가 그곳인데요, 아니메에 이곳이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나서는 이곳 신사의 참배객 수가 수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기회를 맞은 와시노미야 마을의 상공회는 판권을 얻어와 이 아니메와 관련된 각종 한정상품들을 마을의 상점들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덕분에 한때 다 쓰러져 가던 마을이 애니메이션의 힘을 빌어 다시 부흥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오타쿠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사실 럭키스타의 마을 부흥과 같은 예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최초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사례가 전무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례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타쿠, 즉 오타쿠 문화를 누리는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일본의 라이트 노벨, 망가(만화), 비주얼 노벨, 아니메을 묶어 오타쿠 문화로 분류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가벼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들어가기 전에 잠시 이들에 대해 살펴보면 이들은 '순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반적으로 라이트 노벨이나 비주얼 노벨이 아니메 또는 망가가 되곤 합니다. 물론 망가가 아니메가 되기도 하는데요, 대게의 경우에는 라이트 노벨이나 비주얼 노벨이 다른 장르로 분화하게 됩니다.

결국 이 오타쿠 문화의 뿌리는 라이트 노벨과 비주얼 노벨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각주:2] 문학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문학의 정의, 즉 사상이나 감정을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문학으로 분류합니다.

결국 어떤 사상이나 감정을 전달하지 않는 소비문학-우리나라에도 있지요. 판타지 소설. 일본의 라이트 노벨에 대응된다 할 수 있습니다.-은 순수히 재미를 추구하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라이트 노벨을 읽게 되며, 특히 이것이 단순히 텍스트로만 머물지 않고 만화나 아니메로 발전하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를 쫓아 오타쿠 문화에 접근하게 됩니다.

결국 오타쿠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오타쿠 문화는 남는건 없을지언정,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것에 사람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건 당연한겁니다.

제 3의 산업, 오타쿠 문화

얼마전 저는 서울 학여울의 SETEC에서 열린 코믹월드[각주:3]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참가하면서 시종일관 느낀점은 '무섭다'였습니다.

왜 하필 무섭다이냐면 참가자 수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약 8,000제곱미터 정도의 전시실은 물론이고 프론트와 앞마당까지 모두 사람으로 바글거렸습니다. 행사가 시작한지 몇시간이 지난 오후에 갔었는데도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으니 말 다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저는 비록 무서움을 느꼈을지언정, 이것은 현재 산업으로써의 오타쿠 문화가 어느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는가 잘 보여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외 다른 국가에서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1차가 빠지고 2차가 주류가 되어 형성되는데, 2차가 주류가 되어 형성된 시장이 이정도의 규모를 보인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인정받지 않고 있어 이와 관련된 자료가 전무한 편입니다만, 그 시장규모는 나름 상당한 규모일 것입니다.

1차와 2차 모두 형성되어 있고, 이제는 3차까지 형성되려 하는 원조, 일본에서는 지난 한해 아니메 시장 규모를 전년대비 102.5%가 성장한(!) 약 1천8백억엔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돈으로 무려 1조 5천4백80억인데요, 이정도라면 아니메 시장을 그들만의 전유물이라고 무시하기 힘들 듯 합니다.

1차와 2차, 그리고 이제는 3차 서열까지 수혜를 보게 되면서 오타쿠 문화는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는 오타쿠 문화를 받아 들이고, 이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오타쿠 문화에 대한 원산지가 아닌 우리나라로써는 이러한 오타쿠 문화를 노린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 재패니메이션, 모에애니메이션이라고도 함. 미소녀 케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아니메라 한다. [본문으로]
  2. 물론 비주얼 노벨은 텍스트 외에도 이미지와 사운드가 가미되어 있긴 합니다만, 결국 주를 이루는 것은 텍스트이기 때문에 일단 이렇게 분류합니다. [본문으로]
  3. 애니메이션과 관련하여 여러 작품의 동인들이 자신이 만든 2차 창작물을 전시/판매하는 행사. [본문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menu openmenu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