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실패 - 둘째날 자전거

2010년 4월 16일.

전날 할 일이 없어서 밤 8시 반에 잠을 청하는 만행을 저지른 덕에 비록 중간중간에 세네번정도 깨어났음에도 불구, 원래 목표했던 새벽 5시에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생각했던것과는 달리 아주 피곤하진 않더군요.

아무튼 사람들이 별로 없는 탕에서 대강 씻고 옷을 입고, 짐들을 다시 챙겨서 찜질방 밖으로 나오니 6시입니다. 찜질방 주변에서 밥을 먹고(5,000원) 물통을 체우니 6시 30분. 식당의 TV는 전날 있었던 천안함 함미 인양 소식으로 분주합니다.

한뚝배기 하실레예?

밥을 먹고 나와 전날 피시방에서 지도를 봤던 데로 길을 타고 가 4번국도로 진입합니다. 전날은 출발하면서 아리따운 여고생들을 많이 봐 참 기운이 났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시간인지라 여고생들이 보이지 않아 매우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대구를 빠져나올때 쯤 베이지색 체크무늬 치마의, 특이한 교복을 입고 있는 여고생을 멀리서 봤는데.. 가까이서 보지 못한게 매우 아쉽습니다. (.......)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오늘의 일정은 4번 국도를 타고 대전까지 가는 것. 순수히 국도 주행거리만 약 150km이 예상되는, 매우 긴 여정입니다. 게다가 길도 무슨 고속도로 마냥 왕복 4차선씩이나 되는 큰 길인데다 차도 많이 다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달리기 시작한지 한시간 반만인 8시에 왜관 입성. 사진은.. 없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_-; 카메라를 꺼내서 찍는것도 일이라구요. 전날 달렸던게 있는지, 허벅지가 무겁고 무릎 안쪽 양 옆으로 살짝살짝 근육통 같은 통증이 옵니다. 게다가 길은 얕으막한, 약 6%정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무한반복 되더군요. 올라가는게 아주 힘들진 않지만, 어쨌든 오르막인데다, 내리막은 경사가 야트막해서 페달을 안 밟으면 속도가 줄어드는 신비의.. -_- 전날과 달리 맞바람이 안 분다는게 유일한 위안.

왜관을 지나서 김천으로 향하는데.. 한 반쯤 갔으려나요. 정말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고 나서 쵸코바와 레쓰비를 섭취하고 야트막한 내리막을 살살 내려와서 달리는데.. 통증이 없습니다! 허벅지도 가벼워졌어요! 라기보단 아예 다리쪽에 감각이 없는듯(...) 마침 김천을 통과해서부턴 차도 없고 해서 정말 김천까지, 약 27km/h의 속도로 신나게 달렸습니다. 러너스 하이인지, 카페인의 효능인지.

그렇게 신나게 김천 시내를 통과해 김천을 벗어나는 순간, 절묘하게 자전거 속도가 확 줄어들더군요. 뒤를 보니 페니어 가방이 자전거 바퀴속으로 말려 들어가고 있; 페니어 고정 끈이 풀렸더군요. 잠시 쉴 겸 해서 가방을 고정하고, 벤치에 앉아 초코바를 하나 더 깝니다.

그런데, 중간에 쉬어서 그런지 다시 다리가 무거워져 옵니다. 지나가다 슈퍼에서 레쓰비를 몇캔 사다 마셨는데도 그대로입니다. 아물도 러너스하이나 카페인 이딴건 개뿔 없고 그냥 길이 알게모르게 오르막이다 알게모르게 내리막을 치는건가 봅니다. -_-

사진엔 잘 안보이지만, 드디어 추풍령 입성. 아울러 대전도 73km이 남았다네요. 아 슈ㅣ발 언제 대전까지 가 ㅠㅠ 왠지 도로 사정상 점심을 늦게나 먹게 될것 같기에, 잠시 쉬면서 괜히 초코바를 섭취합니다.
..사실 그냥 힘들어서 쉬었어요 ㅠㅠ

그런데, 추풍령 표지판을 지나 내리막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맞바람이 확 불어닥치기 시작합니다. 딱 추풍령을 통과하니 맞바람이 부네요. 허허 -_-  안그래도 내리막이 얕아 페달을 밟아줘야 하는데, 이젠 페달을 안 밟으면 그자리에 딱 멈춰서는 정도입니다. -_- 6% 오르막 내리막 무한반복에 맞바람에 무거운 허벅지에... 최악의 상황입니다.

정말 머리를 쳐박고 페달만 밟습니다. 가끔 자전거 선수들 사진 보면 고개를 푹 숙이고 타는 장면들을 많이 보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신기하게도 고개 숙이고 타면 덜 힘들어요! 공기의 저항이 줄어드는건지, 머리를 세울 힘을 빼도 되니 그런건지.. orz...

아무튼 겨우 겨우 페달을 밟아 12시 즈음 황간이란 곳에 들어섭니다. 상당히 고즈넉한, 마치 6,70년대를 보는듯한 시골 마을이더군요. 이곳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5,000원)..
..정말 맛있더군요! 아무래도 이 동네가 올갱이국을 주로 하는듯 한데, 사실 함께 나온 올갱이국은 그렇게 대단한지 잘 모르겠지만, 반찬들이 참 맛있었습니다. 특히 향이 잘 살아있는 마늘쫑무침이.. ㅠㅠb 게다가 인심도 정말 후하시더군요. 국에 수제비를 더 넣어주시질 않나, 밥 한그릇을 그냥 더 주시질 않나.. 아무튼 정말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물통에 물도 좀 채워 12시 반에 다시 출발합니다.

4번 국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보게되는 노근리 현장.. 잠시나마 숙연해지더군요... 같은건 없고, 솔직히 그냥 그랬습니다. 노근리 사태 자체는 비극이 맞지만, 그 시대에는 이런일이 자주 행해졌죠... 그저 시대의 비극이라고 할 수 밖에는요.

황간을 전후로 20km 정도는 이렇게 정말 환상적인 길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전날관 달리 길이 예쁘다고 해서 제가 힘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orz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힘듭니다. 너무 힘듭니다. ㅠㅠ 사실 몸이 힘든건 그냥저냥 견딜만 한데, 몸이 힘들어서 자전거가 안 나간다는 자체에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이 듭니다. 하지만 돌아가기엔 너무나도 멀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냥 머리박고 달리는 수 밖에요. orz

슬슬 해는 저 너머로 넘어가고.. 너무 힘들어서 열번 넘게 쉰것 같습니다. 이것도 쉬면서 찍은 사진. 뒤를 돌아보니 대구까지 128km이라는군요. 하지만 대전까진 아직 30km 가량 남은 상황.

닥치고 고개박고 달리다 보니 어느세 대전 앞인 옥천에 도달합니다. 이곳에서 대전까지는 10여키로미터. 마침 옥천 시내는 길이 평평한지 다시 열심히 밟습니다. 그런데.. 자전거가 다시 팍 느려지네요.
뒤를 돌아보니 다시 가방이 바퀴쪽으로 말려 들어갔습니다. 또 고정끈이 풀렸네요. 얼른 자전거를 눞혀 고정끈을 조여주는데.. 가방 지퍼 위 옆구리가 길게 다 터졌습니다. -_-; 게다가 가방 밑부분도 터지고.. 허허.. 안그래도 힘든데 이건... ㅠㅠㅠㅠㅠㅠ

다행히 터진 부위가 윗부분이라 짐이 흘러 나올것 같진 않습니다. 다시금 페달을 열심히 밟는데.. 다시 큰 언덕이 하나 나오네요. 그냥 밟습니다. -_-; 그리고 언덕을 다 올라가니..

드디어 대전입니다.. ㅠㅠㅠㅠㅠㅠ 4시 50분 대전 입성.

언덕을 내려가며 생각합니다. '대전은 한밭이니 이게 마지막 언덕일거야..'
아니네요. 언덕 하나 더 있습니다 ㅅㅂ; 아무튼 그것도 넘어 친구가 자취하는 충남대로 향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충남대는 6시 반에야 도착했습니다; 일단 충남대가 대전 입구에서 완전 끝에 있을 뿐 아니라, 충남대 의대와 충남대가 떨어져 있더군요. 그런데 사람들이 충남대 의대를 가르쳐줘... orz 헤매고 헤맨 끝에 충남대에 도착합니다. 대구에서 출발한지 장장 12시간만에... ㅠㅠ

시내에 들어서니, 계속 패달을 밟아온 지금까지와는 달리 신호등등에 의해 가다 서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인지 슬슬 무릎이 아파옵니다. 그런데 이게.. 관절통이네요.. 친구 집에 도착해서 바지를 벗어보니 무릎이 살짝 부어 있습니다. 이거 내일 못 가는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orz

목욕탕에 가서 몸을 씻고 삼겹살로 저녁을 먹으며 친구와 이야기를 합니다. 결국 내일은 천천히 가기로 결정하고 PC방에서 놀다 한시에서야 잠에 듭니다..

2일차
주행거리 173.41km
주행시간 9시간 15분 48초 (안장에 앉아 있었던 시간)
평균속도 18.72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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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indFULL 2010/04/26 02:17 # 삭제 답글

    혀.. 형 왜이렇게 폭삭 삭으셨어요
    뭔가 형이 나보다 늦게 태어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안습.
  • 미고자라드 2010/04/27 13:19 #

    이생퀴가ㅋ
  • REN 2010/05/05 20:20 # 삭제

    오오.. 이님 잘 아시네..ㅋㅋ
  • 미고자라드 2010/05/07 17:51 #

    이 사람들이..
  • osolee 2010/04/26 08:46 # 답글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무릎 다치시면 곧 군대도 가실텐데 ;ㅁ;
  • 미고자라드 2010/04/27 13:19 #

    지금은 괜찮습니다 ㅎㅎ
  • 디제이-쿠 2010/04/27 12:19 # 답글

    이야~
    조나 잘 생겼는데?
  • 미고자라드 2010/04/27 13:19 #

    ㄳㄳ
  • kihyuni80 2010/04/29 12:04 # 답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인심좋은 걸 경험하는거...저도 해 봤습니다. 훗 ㅎㅎㅎ
    아직도 온정이 많이 남아있겠죠??
  • 미고자라드 2010/05/07 17:51 #

    ㅎㅎ그랬습니다.
  • 마르땡 2010/11/04 23:58 # 답글

    미남이시네요
  • 미고자라드 2010/11/15 16:46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살려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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